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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와 갑순이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 마을에 살았드래요
둘이는 서로 서로 사랑을 했드래요
그러나 둘이는 마음 뿐이래요
겉으로는 음음음 모르는 척 했드래요

그러다가 갑순이는 시집을 갔드래요
시집간 날 첫날밤에 한없이 울었드래요
갑순이 마음은 갑돌이 뿐이래요
겉으로는 음음음 안 그런 척 했드래요

갑돌이도 화가 나서 장가를 갔드래요
장가간 날 첫날밤에 달 보고 울었드래요
갑돌이 마음은 갑순이 뿐이래요
겉으로는 음음음 고까지 것 했드래요

침묵 영화


<사일런스(침묵)>에는 주인공 로드리게스 신부(앤드루 가필드 분)가 언뜻 스코세시 본인으로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그가 이 작품을 찍기까지 28년의 세월에서 혹은 칠십 평생의 삶에서 겪은 고독, 피로, 절망 그리고 평화가 느껴지는 순간이. 영화를 보고 나면 스코세시가 왜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그토록 영화화하고 싶어했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이미 1971년에 일본에서 한 번 영화화된 바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침묵>에서 진짜 중요한 테마가 ‘신의 침묵’이 아니라고 본다. (이 주제는 이미 잉마르 베리만 감독에 의해 징글징글하게, 그리고 탁월하게 다뤄졌다.) 그보다 <침묵>은 스코세시의 다른 근작인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셔터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고집을 꺾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그 스스로가 굉장한 고집쟁이였던 스코세시가 한평생의 삶에서 겪은 고통과 절망, 체념 그리고 승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것은 내가 본 가장 깊은 성장영화다.

이 성장은 또한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가 맞닥뜨린 체험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수입사는 이 영화의 원래 타이틀에 한글 타이틀을(폰트도 보기 흉한) 아예 덧씌워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처음에 당황하고 조금은 분개했던 나는, 다시 영화를 감상할 때는 이 또한 스코세시가 이 영화를 찍으며 얻은 깨달음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침묵>은 그런 영화다.


유형

한 개인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어떤 유형을 먼저 생각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유별난 괴짜이기 때문이다. ... 자기 자신을 ‘평범하고 정직하며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가 뭔가 분명하고도 어쩌면 아주 끔찍한 비정상적인 점을 갖고 있어 그걸 감추려 한다는 확신이 든다. 그러니까 평범하다, 정직하다, 개방적이다 하는 단언은 말하자면 범죄 은닉을 생각나게 해주는 그의 방법인 셈이다.

이 세상에 유형 같은 것은 없으며, 똑같은 것이 두 개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단편 <부잣집 아이> 첫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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